


ORIGINAL STORY
모든 일엔 댓가가 따르고, 인과율은 잔인하게 정직하다
능력
불행을 팔아, 행운을 사는 능력
도박과 베팅을 누구보다 즐기는 승부사. 위험이 클수록, 판돈이 커질수록 오히려 더 들뜬다. 그녀의 능력은 자신의 운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희박한 확률도,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어 버린다. 하지만 모든 행운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얻은 행운이 클수록, 그만큼 큰 불행이 언젠가 되돌아온다. 그리고 은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능력의 대가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과거, 그녀는 단 한 번의 커다란 행운과 맞바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소중한 것을 잃었다.
능력
최강의 육체를 얻은 대가로, 최약의 정신을 떠안은 능력
겁이 많고 소심하며,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은둔형 인물. 겉보기와 달리 그녀의 육체 능력은 세계관 최강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힘과 속도, 내구력 모두 인간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강한 육체를 얻은 만큼, 정신력은 극도로 약하다. 조금만 위압적인 상황에 놓여도 쉽게 겁을 먹고 흔들리며, 무엇보다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과거,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주변 사람들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고, 그 사건 이후 자신의 능력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결국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숨어 지내기 시작했고, 지금도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쓰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능력
? (미공개)
댓가는 수명
항상 여유롭고 장난스러운 인물. 위험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겁먹지 않고, 웬만한 일은 웃으며 넘긴다. 무엇보다 돈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돈 되는 일이라면 귀찮아하던 일에도 금세 적극적으로 변하고, 큰돈이 걸리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가벼워 보이지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농담인지 알기 어렵다. 그의 능력은 알려진 것이 없으며, 다만 다른 능력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소문만 존재한다. 은하와는 어느 도박장에서 처음 만났다. 곤란한 상황에 놓인 은하를 능글맞게 구해주며 인연이 시작됐지만, 돈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현이 왜 아무 대가 없이 은하를 도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웃음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30년 전.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었다.
서울에서도, 뉴욕에서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도 사람들은 같은 빛을 보았다.
하늘 전체가 새하얗게 물들었고, 마치 세상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지나간 것처럼 몇 분 동안 모든 풍경이 빛 속에 잠겼다.
분명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의 빛을 기록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CCTV에도, 방송국의 카메라에도, 인공위성에도 남지 않았다.
사람들이 찍었다는 사진과 영상 역시 확인해 보면 평범한 하늘만 담겨 있을 뿐이었다.
기계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날의 빛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들의 기억뿐이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뒤부터 세상에는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가능한 확률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
인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힘을 가진 사람.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일으키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들을 능력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것을 축복이라 생각했다.
능력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랑했고,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했다.
방송과 인터넷에는 능력을 과시하는 영상이 넘쳐났고, 누가 더 강한 능력을 가졌는지가 사람들의 새로운 관심거리가 되었다.
돈을 번 사람도 있었다.
유명인이 된 사람도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라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 믿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능력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었다.
행운을 얻은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불행이 찾아왔고,
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은 그 힘과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잃었다.
누군가는 기억을 잃었고,
누군가는 시간을 잃었으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대가가 언제 찾아오는지도, 어떤 형태로 찾아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얻은 것이 클수록, 잃는 것 역시 컸다.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능력을 쓸수록 망가져 가는 사람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잃고 후회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대가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하려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능력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무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되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갚을 수 없는 빚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은 긴 혼란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빛이 무엇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왜 능력이 생겨났는지도.
왜 모든 힘에 이토록 잔혹한 조건이 붙어 있는지도.
다만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전해진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인과율은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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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도박장 전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두꺼운 철판을 덧댄 벽이, 노크 같은? 주먹 한 방에 소용돌이처럼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튕겨 나간 볼트 하나가 데구루루 바닥을 굴러 은하의 발끝에서 멈췄다.
방금까지 고함을 지르던 사내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은하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도 저절로 풀렸다.
벽 앞에는 검은 후드를 푹 눌러 쓴 여자애 하나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고양이 모양 핀.
겁에 질린 건지 졸린 건지 알 수 없는 눈.
은하는 그 애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30분 전.
"풀하우스."
은하가 카드를 펼치자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벌써 여덟 판째였다.
딜러의 이마에 땀이 맺혔고, 맞은편 남자는 시가를 씹다 말고 굳어 버렸다.
은하 앞에 쌓인 칩은 이제 두 팔로 끌어안기도 힘들 만큼 높았다.
"오늘 왜 이렇게 잘 풀리지?"
은하는 일부러 크게 웃었다.
은하도 진심으로 궁금했다.
오늘은 능력을 별로 쓰지 않았다.
행운 한 번의 값이 얼마나 비싼지,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 값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으니까.
그러니 오늘의 연승은 대부분이 운이었다.
은하는 그게 조금 신났다.
거저먹는 행운이라니. 이런 날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칩을 끌어당기는 순간이었다.
턱.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가씨. 손버릇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느새 덩치 큰 사내 다섯이 테이블을 에워싸고 있었다.
"여덟 판 연속? 그게 말이 돼?"
"판돈 다 내려놓고, 이 손목도 두고 가."
은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계산서는 생각보다 빨리 날아온다.
"확률이 좀 몰렸을 뿐인데요."
"그 확률, 지금부터 우리가 다시 계산해 주지."
사내가 주먹을 치켜드는 순간
"어? 그 판 아직 안 끝난 거 아니에요?"
느긋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입구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실실 웃는,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
그의 시선은 사내들이 아니라 테이블 위의 칩에 꽂혀 있었다.
"와. 저거 다 합치면 얼마예요?"
"……넌 뭐야."
"지나가던 사람이요. 아, 정확히는 둘."
남자가 엄지로 자기 등 뒤를 가리켰다.
거기엔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애가 남자의 등에 거의 달라붙듯 숨어 있었다.
작은 어깨가 눈에 보일 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 애 데리고 영웅 놀이야?"
남자는 대꾸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하루야.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네?"
"사람 말고. 벽."
여자애는 한참을 망설이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현 씨…… 벽은…… 안 다쳐요……?"
"응. 벽은 안 다쳐."
그리고 다시, 지금.
사내들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빠르게 도박장을 빠져나갔다.
누군가는 지갑을 떨어뜨리고도 줍지 않았다.
정적.
벽을 친 장본인은 자기 주먹을 내려다보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죄, 죄송해요…… 벽한테…… 아니, 사장님한테……"
이현은 배를 잡고 웃었다.
"수리비는 걱정 마. 저기 돈 많은 분 계시잖아."
은하는 반사적으로 칩 더미를 가리켰다.
"……얼마 원해요?"
돈 냄새를 맡고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게 제일 빠른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현은 칩을 한 번 아쉽다는 듯 쳐다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오늘은."
은하는 벽을 봤다가, 울먹이는 여자애를 봤다가, 실실 웃는 남자를 봤다.
여덟 판을 이겼으면 여덟 판만큼의 불행이 와야 했다.
그런데 그 불행이, 벽 한 장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오늘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인과율은 정직하다.
그러니 이건, 공짜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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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엄지에 튕겨 오른 동전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은하는 숨을 멈췄다.
앞면.
앞면이어야 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비어 갔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불행을 내다 팔고, 그 값으로 행운을 사는 감각.
저울이 기울고, 확률이 자기 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랬다.
탁.
동전이 이현의 손등 위에 떨어졌다.
이현이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뒷면.
……말도 안 돼.
조금 전.
도박장 뒷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칩을 바꾼 돈봉투가 코트 안쪽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벽 수리비를 떼어 주고도 한참 남는 돈이었다.
"은하 씨."
골목 끝 자판기 불빛 아래, 이현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하루가 캔 음료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기다렸어요. 하루가 사장님한테 사과를 열한 번이나 하는 바람에 좀 늦긴 했지만."
"여, 열두 번이에요……"
은하는 걸음을 멈췄다.
"돈은 안 받는다면서요."
"오늘은요."
이현이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시선이 은하의 코트, 정확히는 돈봉투가 든 안주머니 언저리에 잠깐 머물렀다가 돌아왔다.
"그래서 내일 얘기를 하러 왔죠. 우리 팀에 들어와요."
"팀이요?"
"네. 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팀. 마침 은하 씨 같은 능력자 자리가 하나 비었거든요."
은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능력자요?"
"에이, 여덟 판 연속인데."
이현이 손가락 여덟 개를 펴 보였다.
"게다가 우리 팀에 컴퓨터 잘 만지는 친구가 있거든요. 은하 씨 뒤는 진작 다 캐 놨어요."
은하는 입을 다물었다.
……하필 이상한 사람들한테 걸렸네.
"그리고 이 동네 도박장 출입 금지 명단에 은하 씨 사진 붙어 있어요. 그것도 컬러로."
"……사진 잘 나왔어요?"
"솔직히 실물이 나아요."
이현이 휴대폰을 꺼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은하 씨 운, 하루 힘, 그리고 우리 팀. 이걸 합치면요—"
탁, 탁, 탁.
"1년이면 건물 한 채."
"거, 건물은 저번에도 그러셨는데……"
"저번엔 계산기가 고장 났었어."
은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떼돈 벌 사람이 아까 칩은 왜 안 받았어요?"
이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거 진짜 참은 거예요."
그는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지금도 좀 아파요. 여기가."
"……"
"오늘 여덟 판 이기신 거, 그거 우리 팀 기준으론 푼돈이에요. 들어오면 떼돈이에요, 떼돈. 퇴근길에 택시 타는 인생."
"기준이 왜 택시예요."
"꿈은 작게 시작하는 거예요."
은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사양할게요. 전 혼자가 편해요."
잠깐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누구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이 대신 계산서를 받을 때가 있어서."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이현은 웃음을 거두고 잠깐 은하를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럼 이걸로 정해요. 은하 씨가 이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고, 제 지갑도 드릴게요."
"이, 이현 씨 지갑엔 천 원밖에……"
"하루야, 쉿."
이현이 동전을 엄지 위에 올렸다.
"제가 이기면, 팀."
은하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동전 던지기.
그것도 하필, 나랑 심지어 알면서?.
"……후회할 텐데요."
"앞면이죠?"
은하가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
"은하 씨는 항상 앞면부터 고르니까."
"……우리 오늘 처음 봤는데요."
이현은 한 박자 늦게 웃었다.
"그랬죠. 처음이죠."
그리고 다시, 지금.
"한 판 더."
은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삼세판 해요."
"좋아요."
이현은 망설이지도 않았다.
두 번째 판.
은하는 아까보다 더 깊이, 더 많이 팔았다.
뒷면.
세 번째 판.
아껴 두었던 것까지 전부 저울에 올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고, 귓가에서 피 도는 소리가 들릴 만큼.
동전은 한참을 돌다가,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 조용히 내려앉았다.
뒷면.
"……이게 대체."
능력이 안 들은 게 아니었다.
행운은 분명히 샀다. 늘 그랬듯이.
다만 그 행운이 어딘가로, 은하가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 버렸을 뿐이었다.
옆에서 하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이현 씨는요…… 동전 던지기는 한 번도 안 져요……"
"그걸 왜 지금 말해요."
"무, 물어보지 않으셔서……"
이현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신입. 아, 그 봉투는 팀 공용 금고에 넣으시면 되고요."
"꿈 깨요."
은하는 그 손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결국 마지못해 잡았다.
이상할 만큼 차가운 손이었다.
그날 밤, 은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값은 치렀다.
계산서도 언젠가 날아올 것이다.
그런데 동전은 한 번도 은하 편을 들지 않았다.
인과율은 정직하다.
그렇다면 은하가 산 행운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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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
오 년 전으로 돌아가는 능력.
대가는 수명 십 년.
빛이 세상을 뒤덮고 이십 년쯤 지난 해에 태어난 아이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그걸 알았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숨 쉬는 법을 아는 것처럼, 그냥 알았다.
어린 이현은 손가락을 접어 가며 셈을 했다.
사람이 팔십 년을 산다면, 십 년을 빼도 칠십 년.
한 번이면 충분했다.
딱 한 번만 쓰기로 했다.
스물다섯이 되는 날.
그날까지의 삼 년을 전부 외워 두기로 했다.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어느 경기에서 누가 이기는지,
어느 회사의 주가가 하늘로 솟는지.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다치는지.
돌아가면 다 고칠 수 있었다.
돈도, 사람도, 불행도.
나도, 내 곁의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게 이현의 계획이었다.
열일곱 살의 봄, 이현은 같은 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내기를 하고, 이상하게 한 번도 지지 않던 여자애.
은하였다.
덩치는 반에서 제일 작은데, 체육 시간마다 공을 무서워하던 아이.
하루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겁 많은 아이라는 걸.
셋은 매점 빵을 걸고 내기를 하고,
돈 되는 일을 꾸미다 선생님한테 걸리고,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웃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스물이 넘어서도, 셋은 늘 같이 있었다.
은하와 하루에게는 이현이 모르는 밤이 있었다.
셋이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은하는 행운이 붙는 순간마다 표정이 굳었고,
하루는 누가 큰 소리만 내도 주먹을 등 뒤로 숨겼다.
둘은 그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이현도 묻지 않았다.
그 상처는 오 년으로는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이현은 앞으로를 바꾸기로 했다.
이현은 외웠다.
스무 살부터 스물다섯까지의 모든 것을.
셋이 대가를 떠넘기려는 능력자들에게 쫓기던 봄과,
하루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던 겨울과,
은하가 끊었던 판에 다시 앉게 된 밤을.
다시는 둘이 아무것도 잃지 않게.
스물다섯 번째 생일 밤.
이현은 눈을 감았다.
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아주 길고 차가운 것이, 천천히 뽑혀 나갔다.
십 년이었다.
눈을 뜨자, 스무 살의 겨울이었다.
이현은 서둘렀다.
외워 둔 숫자 하나로, 첫 달에 인생이 바뀔 만한 돈이 들어왔다.
다음은 사람이었다.
은하가 큰돈을 걸었다가 전부 잃게 되는 날,
이현은 은하를 도박장에 못 가게 붙잡아 두었다.
하루가 시비에 휘말려 겁에 질리게 되는 날,
이현은 하루를 그 자리에 가지 않게 했다.
다 고칠 수 있었다.
이현은 그렇게 믿었다.
"요즘 이상해."
어느 밤, 은하가 말했다.
"운이 너무 좋아. 무서울 정도로."
"좋으면 좋은 거지."
이현은 웃었다.
은하는 웃지 않았다.
"행운에는 늘 값이 붙어. 그런데 이번엔 계산서가 안 와."
계산서는 그 주에 왔다.
비가 왔다.
셋이서 이현의 첫 큰돈을 축하하자고 약속한 날이었다.
"오늘은 내가 살게."
전화 너머로 은하가 말했다.
"너 돈 쓰는 거, 고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못 봤거든."
그게 마지막이었다.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일이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미끄러진 차가 하필 그 골목으로 꺾이고,
하필 그 시간에, 하필 그 자리에.
수백 번 중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고.
이현은 알았다.
자신이 움켜쥔 행운은 공짜가 아니었다.
오 년을 거슬러 올라가 미리 집어 든 행운만큼의 불행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날아온 것이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인과율은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딱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는,
빗속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몸 어딘가에서, 또 십 년이 빠져나갔다.
눈을 뜨자, 열다섯 살의 봄이었다.
교복은 몸에 컸고, 손은 작았다.
등굣길 버스 정류장에서 이현은 한 여자애를 봤다.
친구와 동전을 던지며 깔깔 웃는 아이.
은하였다.
은하는 이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연했다.
은하는 아직, 이현을 몰랐다.
이현은 부르려던 이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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