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이현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
오 년 전으로 돌아가는 능력.
대가는 수명 십 년.
빛이 세상을 뒤덮고 이십 년쯤 지난 해에 태어난 아이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그걸 알았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숨 쉬는 법을 아는 것처럼, 그냥 알았다.
어린 이현은 손가락을 접어 가며 셈을 했다.
사람이 팔십 년을 산다면, 십 년을 빼도 칠십 년.
한 번이면 충분했다.
딱 한 번만 쓰기로 했다.
스물다섯이 되는 날.
그날까지의 삼 년을 전부 외워 두기로 했다.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어느 경기에서 누가 이기는지,
어느 회사의 주가가 하늘로 솟는지.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다치는지.
돌아가면 다 고칠 수 있었다.
돈도, 사람도, 불행도.
나도, 내 곁의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게 이현의 계획이었다.
열일곱 살의 봄, 이현은 같은 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내기를 하고, 이상하게 한 번도 지지 않던 여자애.
은하였다.
덩치는 반에서 제일 작은데, 체육 시간마다 공을 무서워하던 아이.
하루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겁 많은 아이라는 걸.
셋은 매점 빵을 걸고 내기를 하고,
돈 되는 일을 꾸미다 선생님한테 걸리고,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웃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스물이 넘어서도, 셋은 늘 같이 있었다.
은하와 하루에게는 이현이 모르는 밤이 있었다.
셋이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은하는 행운이 붙는 순간마다 표정이 굳었고,
하루는 누가 큰 소리만 내도 주먹을 등 뒤로 숨겼다.
둘은 그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이현도 묻지 않았다.
그 상처는 오 년으로는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이현은 앞으로를 바꾸기로 했다.
이현은 외웠다.
스무 살부터 스물다섯까지의 모든 것을.
셋이 대가를 떠넘기려는 능력자들에게 쫓기던 봄과,
하루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던 겨울과,
은하가 끊었던 판에 다시 앉게 된 밤을.
다시는 둘이 아무것도 잃지 않게.
스물다섯 번째 생일 밤.
이현은 눈을 감았다.
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아주 길고 차가운 것이, 천천히 뽑혀 나갔다.
십 년이었다.
눈을 뜨자, 스무 살의 겨울이었다.
이현은 서둘렀다.
외워 둔 숫자 하나로, 첫 달에 인생이 바뀔 만한 돈이 들어왔다.
다음은 사람이었다.
은하가 큰돈을 걸었다가 전부 잃게 되는 날,
이현은 은하를 도박장에 못 가게 붙잡아 두었다.
하루가 시비에 휘말려 겁에 질리게 되는 날,
이현은 하루를 그 자리에 가지 않게 했다.
다 고칠 수 있었다.
이현은 그렇게 믿었다.
"요즘 이상해."
어느 밤, 은하가 말했다.
"운이 너무 좋아. 무서울 정도로."
"좋으면 좋은 거지."
이현은 웃었다.
은하는 웃지 않았다.
"행운에는 늘 값이 붙어. 그런데 이번엔 계산서가 안 와."
계산서는 그 주에 왔다.
비가 왔다.
셋이서 이현의 첫 큰돈을 축하하자고 약속한 날이었다.
"오늘은 내가 살게."
전화 너머로 은하가 말했다.
"너 돈 쓰는 거, 고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못 봤거든."
그게 마지막이었다.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일이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미끄러진 차가 하필 그 골목으로 꺾이고,
하필 그 시간에, 하필 그 자리에.
수백 번 중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고.
이현은 알았다.
자신이 움켜쥔 행운은 공짜가 아니었다.
오 년을 거슬러 올라가 미리 집어 든 행운만큼의 불행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날아온 것이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인과율은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딱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는,
빗속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몸 어딘가에서, 또 십 년이 빠져나갔다.
눈을 뜨자, 열다섯 살의 봄이었다.
교복은 몸에 컸고, 손은 작았다.
등굣길 버스 정류장에서 이현은 한 여자애를 봤다.
친구와 동전을 던지며 깔깔 웃는 아이.
은하였다.
은하는 이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당연했다.
은하는 아직, 이현을 몰랐다.
이현은 부르려던 이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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