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핑—
엄지에 튕겨 오른 동전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은하는 숨을 멈췄다.
앞면.
앞면이어야 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비어 갔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불행을 내다 팔고, 그 값으로 행운을 사는 감각.
저울이 기울고, 확률이 자기 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랬다.
탁.
동전이 이현의 손등 위에 떨어졌다.
이현이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뒷면.
……말도 안 돼.
조금 전.
도박장 뒷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칩을 바꾼 돈봉투가 코트 안쪽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벽 수리비를 떼어 주고도 한참 남는 돈이었다.
"은하 씨."
골목 끝 자판기 불빛 아래, 이현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하루가 캔 음료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기다렸어요. 하루가 사장님한테 사과를 열한 번이나 하는 바람에 좀 늦긴 했지만."
"여, 열두 번이에요……"
은하는 걸음을 멈췄다.
"돈은 안 받는다면서요."
"오늘은요."
이현이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시선이 은하의 코트, 정확히는 돈봉투가 든 안주머니 언저리에 잠깐 머물렀다가 돌아왔다.
"그래서 내일 얘기를 하러 왔죠. 우리 팀에 들어와요."
"팀이요?"
"네. 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팀. 마침 은하 씨 같은 능력자 자리가 하나 비었거든요."
은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능력자요?"
"에이, 여덟 판 연속인데."
이현이 손가락 여덟 개를 펴 보였다.
"게다가 우리 팀에 컴퓨터 잘 만지는 친구가 있거든요. 은하 씨 뒤는 진작 다 캐 놨어요."
은하는 입을 다물었다.
……하필 이상한 사람들한테 걸렸네.
"그리고 이 동네 도박장 출입 금지 명단에 은하 씨 사진 붙어 있어요. 그것도 컬러로."
"……사진 잘 나왔어요?"
"솔직히 실물이 나아요."
이현이 휴대폰을 꺼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은하 씨 운, 하루 힘, 그리고 우리 팀. 이걸 합치면요—"
탁, 탁, 탁.
"1년이면 건물 한 채."
"거, 건물은 저번에도 그러셨는데……"
"저번엔 계산기가 고장 났었어."
은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떼돈 벌 사람이 아까 칩은 왜 안 받았어요?"
이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거 진짜 참은 거예요."
그는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지금도 좀 아파요. 여기가."
"……"
"오늘 여덟 판 이기신 거, 그거 우리 팀 기준으론 푼돈이에요. 들어오면 떼돈이에요, 떼돈. 퇴근길에 택시 타는 인생."
"기준이 왜 택시예요."
"꿈은 작게 시작하는 거예요."
은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사양할게요. 전 혼자가 편해요."
잠깐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누구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이 대신 계산서를 받을 때가 있어서."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이현은 웃음을 거두고 잠깐 은하를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럼 이걸로 정해요. 은하 씨가 이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고, 제 지갑도 드릴게요."
"이, 이현 씨 지갑엔 천 원밖에……"
"하루야, 쉿."
이현이 동전을 엄지 위에 올렸다.
"제가 이기면, 팀."
은하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동전 던지기.
그것도 하필, 나랑 심지어 알면서?.
"……후회할 텐데요."
"앞면이죠?"
은하가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
"은하 씨는 항상 앞면부터 고르니까."
"……우리 오늘 처음 봤는데요."
이현은 한 박자 늦게 웃었다.
"그랬죠. 처음이죠."
그리고 다시, 지금.
"한 판 더."
은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삼세판 해요."
"좋아요."
이현은 망설이지도 않았다.
두 번째 판.
은하는 아까보다 더 깊이, 더 많이 팔았다.
뒷면.
세 번째 판.
아껴 두었던 것까지 전부 저울에 올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고, 귓가에서 피 도는 소리가 들릴 만큼.
동전은 한참을 돌다가,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 조용히 내려앉았다.
뒷면.
"……이게 대체."
능력이 안 들은 게 아니었다.
행운은 분명히 샀다. 늘 그랬듯이.
다만 그 행운이 어딘가로, 은하가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 버렸을 뿐이었다.
옆에서 하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이현 씨는요…… 동전 던지기는 한 번도 안 져요……"
"그걸 왜 지금 말해요."
"무, 물어보지 않으셔서……"
이현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신입. 아, 그 봉투는 팀 공용 금고에 넣으시면 되고요."
"꿈 깨요."
은하는 그 손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결국 마지못해 잡았다.
이상할 만큼 차가운 손이었다.
그날 밤, 은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값은 치렀다.
계산서도 언젠가 날아올 것이다.
그런데 동전은 한 번도 은하 편을 들지 않았다.
인과율은 정직하다.
그렇다면 은하가 산 행운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댓글 0개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