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랜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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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방엔 개미가 산다

프롤로그

10

수도권의 어느 평범한 대학교.

학생회관 3층, 복도 맨 끝까지 걸어가면 창문 하나짜리 좁은 방이 나온다.

문패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주식 투자 동아리 '화성'.

천문 동아리인 줄 알고 문을 두드리는 신입생이 해마다 한 명쯤은 있다.

그럴 때마다 회장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도 화성에 가는 동아리 맞아. 망원경 말고, 계좌로."

그 신입생은 대개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부원은 조금씩 모인다

물론 계좌가 파래질 때마다 조금씩 사라지기도 해서, 동아리는 매 학기 폐부 위기에 시달린다.

하지만 남은 이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주식으로 떼돈을 벌어서, 졸업하기 전에 화성에 가는 것.

현실은 조금 다르다.

차트를 몇 시간씩 들여다봐도,

꿈에서 본 숫자를 믿어 봐도,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 봐도,

이들이 사는 순간은 꼭 꼭대기였고, 파는 순간은 꼭 바닥이었다.

벽의 화이트보드에는 회비를 모아 만든 공동 계좌, '화성 펀드'의 수익률이 적혀 있다.

숫자는 매일 바뀌지만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늘 파란색이다.

빨간 보드마커는 산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 뚜껑도 따지 않았다.

회장 윤서아는 경영학과 3학년이다.

차트를 펼치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자칭 '야수의 감'을 가진 기술적 매매가.

문제는 그녀가 사는 날이 꼭 고점이라는 것이다.

부원들이 석 달 동안 몰래 기록해 본 결과, 그녀의 적중률은 92퍼센트였다.

물론 반대로.

그래서 동아리에서는 그녀를 윤반꿀이라고 부른다.

윤서아 반대로 하면 꿀.

그녀가 물리는 순간 단타는 장기 투자가 되고, 장기 투자는 가치 투자가 된다.

"가치는 결국 돌아온다."

파랗게 질린 계좌를 붙잡고 오늘도 하는 말이다.

2학년 이봄은 시각디자인과다.

봄이에게 종목 분석 같은 건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지금 뜨는 테마뿐.

AI 테마, 우주 테마, 화성 이주 테마, 심지어 고양이 테마까지.

뉴스에 한 줄 나오거나 커뮤니티에 '가즈아'가 세 번만 보이면, 봄이는 이미 올라타 있다.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타!"

문제는 봄이가 올라타는 칸이 언제나 그 열차의 마지막 칸이라는 것.

그래서 부원들은 테마가 끝날 때마다 나타나는 그녀를 '테마 요정'이라고 부른다.

손실은 3초면 잊는다.

그리고 4초째에는 벌써 다음 테마를 찾고 있다.

마지막 부원 강도윤은 철학과 3학년 복학생, 동아리의 최고령이다.

늘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홍차 텀블러를 든, 동아리방의 신사.

그가 거는 곳은 단 하나, 하락이다.

"숙녀분들, 오늘 시장은 반드시 떨어집니다."

그렇게 곱버스를 산 날,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신사는 동요하지 않았다.

"시장은 언젠가 반드시 떨어집니다. 오늘이 아닐 뿐이지요."

사실 도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회장이 산 종목에 반대로 걸기만 하면 무조건 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끝까지 그러지 않는다.

"동료의 불행에 거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닙니다."

주식 하는 사람들은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 동아리방에는 개미가 산다.

창가의 진짜 개미들까지 합치면, 꽤 많이.

창가에는 작은 개미 농장이 하나 있다.

관리는 도윤 담당이다.

개미들은 저마다 이름이 있는데, 하나같이 부원들이 물린 종목의 이름이다.

냥냥바이오, 달나라도체, 화성로켓.

그리고 이상하게도, 개미들은 동아리 수익률과 똑같이 기운이 났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화성 펀드가 오르는 날엔 부지런히 굴을 파고,

떨어지는 날엔 구석에 모여 꼼짝도 하지 않는다.

요즘 가장 기운 없는 개미의 이름은 '곱버스'다.

도윤은 매일 아침 그 개미에게만 설탕물을 한 방울 더 준다.

밤사이 바다 건너 미국 시장이 오르면 도윤의 홍차가 식고,

어딘가에서 새 기술 뉴스가 뜨면 봄이의 손가락이 빨라진다.

그리고 서아가 "이번엔 진짜야" 하며 매수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 두 사람은 말없이 파란 마커를 집어 든다.

장이 끝나는 오후 3시 반.

동아리방 책상 위에는 컵라면 세 개가 놓인다.

오늘 누가 더 많이 잃었는지를 두고 서로 놀리다 보면,

라면이 다 불어 있을 때쯤엔 어쩐지 다들 웃고 있다.

동아리 회칙 제1조는 이렇다.

"남에게 종목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말을 믿으면, 같이 망하니까.

그래도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동아리방 문 안쪽, 나갈 때 꼭 눈에 띄는 자리에 이런 말이 붙어 있으니까.

팔지 않았으면 잃은 게 아니다.

그리고—

내일은 진짜 화성에 갈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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